나란히 달리며 배운 용기

glly
2021-03-29


@thefauxmartha



ESSAY

따로 또 같이 



 PUBLISHED   
 
2021. March   
AUTHOR  
정보화(글리)







친구들을 따라 생애 처음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양양에서 강릉까지 비교적 짧은 코스였지만 처음은 늘 설레고 또 긴장되기 마련이다. 사실 출발 직전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이 길었다.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막상 마지노선이 다가오니 부딪혀 보고 싶어 졌다. 그동안 없었던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반차를 내고 부랴 부랴 짐을 꾸려 서울역으로 향했다. 


Photo by Roman Fox on Unsplash




출발 4분을 남기고 다른 기차에 앉아 있다는 걸 알았다. 촉박하게 도착한 탓에 플랫폼 번호를 잘못 본 것이다. 서있는 곳이 강릉행 기차가 출발하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얼마나 아찔한지 눈 앞이 어질 해졌다. "뛴다고 탈 수 있을까? 아! 일단 뛰어!" 못 타더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달려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들고 사력을 다해 뛰었다. 맨몸으로 달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자전거를 들고 달리려니 죽을 맛이었다. 온몸으로 자전거를 끌어안고 달렸다. 세이브! 강릉행 기차에 올라 자전거를 탁 내려놓으니 기다렸다는 듯 문이 닫혔다. 십년감수할 만큼 피 말리는 4분이었다.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입이 말라 출입문 쪽에 서서 한참 숨도 고르고, 목도 축였다. 미리 출발한 친구의 조언대로 좌측 맨 앞자리를 예약했더니 비교적 자리가 넓어 자전거를 싣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숨이 가라앉자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음날, 양양에서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는 게 여태 서툴러 속도를 영 내지 못했다. 내리막길이 나오거나 길이 좁아질 것 같으면 미리부터 겁을 먹고 홀랑 내려 자전거를 끌었다. 그래서 자주 일행들 사이에서 뒤처지곤 했다. "저는 제 속도대로 갈게요! 신경 쓰지 말고 가요!" 외침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앞서 나가다가도 속도를 맞춰 나란히 달려주었다.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내심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 힘껏 페달을 밟았다. 친구들과 나란히 나아가고 싶어서. 

무언가를 익히는 데는 별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계속 들여다 보고 익숙해질 때까지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거저 잘할 수 있는 게 하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 속도에 맞춰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을 품었다. 문득 자주 가는 식당에 걸려있는 자전거 타는 소녀의 그림이 생각났다. 시원한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 아래 이런 글이 쓰여있다.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귀엽기만 하던 이 글이 괜히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잘 탈 수 있게 되었으면.


Photo by Jordan Sanchez on Unsplash


돌아가는 기차 시간에 맞춰 무사히 강릉역에 도착했다. 타고난 운동 신경도 없을뿐더러 겁도 어지간히 많아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을 친구들과 함께라 도전할 수 있었다. 긴장의 고삐를 꽉 부여잡고 정신없이 내달리느라 풍경을 놓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불어온 모래에 미끄러져 나자빠질 뻔하기도 했지만 그사이 제법 자신감이 붙었다. 더불어 요령도 조금 익혔다. 

그리고,



문득 풋내 나는 첫 경험이 모여야 영글어갈 삶도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니 
함께 달리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이 순간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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