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을 만드는 방법

glly
2021-04-05







ESSAY

일상의 틈을 만드는 방법



 PUBLISHED   
 
2021. April   
AUTHOR  
정보화(글리)






언제부터인지 때를 가늠할 수 없지만 대화의 매듭을 기약 없는 약속으로 대신했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식의 인사가 적당하지만 어쩐지 속내가 뻔히 보이는 것 같아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보자'는 말로 둘러말하곤 했다. 그저 적당하게 예의를 차리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곱씹어 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다. '닿는다'에는 '어떤 곳에 이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말은 서로에게 이르려 노력하지 않으면 영영 닿을 리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우연히'를 '기회가 닿는 순간'이라고 보기 좋게 포장한 꼴이었다.


지인과 오랜만에 메시지를 나눈 후 대화를 끝맺을 때에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별수 없어 '머지않은 날 기회가 닿으면 봐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 대부분 '그래요.' 혹은 '좋아요.'라고 답하며 대화를 마쳤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답을 했다. '틈 날 때 말고, 틈 내서 꼭 만나요.'라고. 뜨끔했다. 의도를 간파당한 듯해 당혹스러워 얼굴이 뜨끈해졌다. 앞서 말했듯이 언제부터 이리 대면 대면한 인사를 하게 되었는지 때를 알 수는 없다. 이렇게 살아온 지가 제법 오래되었다. 그저 분명한 건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것이다.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일상의 틈은 갈수록 촘촘해져 갔다. 하루 24시간은 달름 질을 하듯 흘러가버리고 한 번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성큼성큼 한 주가, 한 달이, 그리고 일 년이 흘러가버린 후였다. 그럴수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이 줄고, 또 만나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잠시 짬이 나면 밀린 잠을 자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 읽고 싶었던 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기 바빴다. 마치 다음을 위해 쉬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그녀와 나눈 대화 끝에 물고 가 터져버린 생각은 처음엔 웅덩이였다가 자꾸자꾸 솟아나는 샘물이 되었다가 이내 넘쳐 바다가 되어버렸다. 


  '나는 왜 이리 쫓기듯 살고 있는 거지?' 듣는 이 없는 망망대해를 향해 외치듯 물었다. 그러다 문득 내게 필요한 건 '마음의 틈'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한치의 오차 없이 너무나 당연한 결과에 도달해 사실은 조금 허무했지만, 우리가 펜데믹 이후 일상을 잃고 난 후에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제야 무엇이라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대단한 것이 아니래도 작은 틈이면 충분했다. 일단 스밀 여지만 있다면 그 다음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였다. 틈이 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가급적 핸드폰을 멀리 두었다. 덕분에 하는 일에, 마주 앉은 이의 이야기에, 음식을 씹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더 많이 타기로 했다. 책을 읽기도 하지만 짧은 거리를 오갈 땐 역시나 핸드폰을 들여다 보느냐고 이런저런 '궁리'할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물론 자전거를 꺼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기어코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는 길보다 열심히 페달을 구르며 가는 길에서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또 쉬어갈 수 있다. 그녀의 말처럼 틈 나는 때가 아니라 스스로 틈을 만들 때 원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이 닿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틈을 내 그녀를 만났다. 




기어코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는 길보다 
열심히 페달을 구르며 가는 길에서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또 쉬어갈 수 있다. 
틈 나는 때가 아니라 스스로 틈을 만들 때 원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이 닿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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