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연히 완성되어 간다

glly
2021-05-12



ESSAY

우리는 우연히 완성되어 간다



 PUBLISHED   
 
2021. May   
AUTHOR  
정보화(글리)






'내 인생에 중요한 기회를 던져준 사람들은 대게 나와 일면식도 없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라디오를 듣던 중에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가 떴다. '정말 그럴까?' 왜냐하면 조금 특이한 관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흔히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를 '인맥'이라고 부른다면 이 인맥은 나와 상대의 거리가 친밀할수록 내 삶에 관여하는 정도도 커진다고 생각한 탓일 것이다. 내게 기회라고 생각했던 몇몇 지점들을 떠올려 보았다. 예를 들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았다거나 , 친구의 친구에 다시 그 친구의 친구에 소개로 유의미한 무언가를 하게 됐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기대한 적 없는, 아니 기대할 리 없는 먼 관계의 누군가가 내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니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기대한 적 없는 뜻밖의 작은 기회 어쩌면 기회라고 말할 것 없는 정말 사소한 경험이 삶의 모양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얼떨결에 시작한 일에서 적성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거나, 와인을 좋아하는 상사를 만나 와인의 세계에 입문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찰나의 우연이 기회였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건지 아니면 지난 찰나의 우연을 이제 와 기회라 말할 수 있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기회'라고 말하고 싶은 지난 순간과 연결된 지금을 무척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내게는 그 중 자전거가 그렇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2년쯤 됐으려나. 유년 시절 이후로 단 한 번도 자전거를 탄 적이 없어 내 인생에 자전거는 저만치 밀려나 있는 사물에 불과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전거를 다시 타기 된 데는 매우 사소한 경험을 통해서였다.




친구들이 자전거를 샀다길래 구경도 할 겸 중간 즈음되는 서촌에서 만났다. 저만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친구들 모습이 마치 동네 개구쟁이 마냥 귀여웠다. 이제 막 해가 인왕산 뒤로 막 넘어가려는 차라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져 있고 온 동네는 노란빛에 잠겨있었다. “한 번 타 볼래?” 나는 자전거 탄지가 너무 오래라 한사코 사양했다. 하지만 결국은 구태여 안장 높이를 맞춰주며 타보라 권하는 친구의 말을 이기지 못하고 안장 위에 올라탔다. 괜스레 긴장이 돼 손바닥에 진땀이 스몄다. ‘그럼 한 바퀴 돌고 카페로 와!’ 처음엔 핸들이 어찌나 흔들리던지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페달질 몇 번에 몸은 기어코 자전거를 기억해 냈고 이내 서서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침 해질 녘 서촌의 풍경 때문인지, 선선한 늦여름 저녁의 바람과 습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달리며 스치는 순간들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분명 여전히 넘어질까 겁도 나고 혹 넘어져 자전거가 상할까 긴장됐지만 타는 즐거움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걷는 속도로는 알지 못했을 정서였다. 이날 이후 결국 자전거를 샀다. 서촌에서 잠깐 타 본 자전거가 삶에 새로운 물고를 튼 것이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삶의 모양(라이프스타일)이 이전과 참 많이 달라졌다. 가만 글을 쓰려고 전후를 따져보니 나비효과처럼 번진 가닥들이 새삼 신기할 따름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생활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동을 할 때 주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갈 수 있는 거리가 제한적이고 길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전거는 이런 부분을 유연하게 해결해주었는데 특히 애매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시장이나 서점, 한강공원, 좋아하는 카페를 갈 때 톡톡히 제 몫을 했다. 반경이 넓어진 삶은 이전보다 더 다채로워졌고 이야기도 풍성해졌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덩달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브랜드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떤 스타일로 연출하고, 또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종종 관련 매거진을 사 보거나 SNS를 구독해 정보를 챙겨보곤 했는데 그사이 환경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자전거와 환경 사이가 밀접한 이유도 있겠지만 건강한 유저들의 선한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결과일 터이다. 그렇다고 눈에 띌 만한 대단한 무엇을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작은 관심 정도를 기울이며 일상 중에 할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시도를 할 뿐이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일회용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세제나 세안제 대신 비누 바로 바꿔 사용하는 중이고, 물건을 쉽게 사들이지 않기 위해 나름의 기준도 정했다.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일이라 믿고 있지만 막상 늘어놓고 보니 정말 사소한 것들의 목록이라 머쓱해진다. 



이 외에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관심을 갖고,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조금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려고 하는 태도 말이다. 문득 그날 서촌에서 자전거를 타던 우연의 순간을 기회라 부르고 싶어 졌다. 






어쩌면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관심을 갖고,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조금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려고 하는 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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