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라는 세계

glly
2021-05-19






ESSAY

자전거라는 세계



 PUBLISHED   
 
2021. May   
AUTHOR  
정보화(글리)






뻔한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으로 이어지는 어떤 자전거 타는 사람의 인터뷰를 읽다가 웃음이 피식 터졌다.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전개가 재밌어 순간에 몰입해 읽어 내려갔다.


Q. 타고 계신 OOO자전거 기종을 고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A.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워낙 이것저것 알아보고 따지는 성격이 아니고 그냥 편하게 탈 수 있고 작게 접히는 기능 때문에 구입했으니까요.

Q. 자전거를 타고난 이후에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A. 생활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그저 자전거를 타고난 후 저의 라이프 스타일이 더 강화된 거죠.

Q. 자전거 액세서리도 큰 재미인데 어떤 액세서리를 구입하셨나요?
A. 저는 자전거의 타고 다니는 용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꾸미지 않아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편은 아닙니다.

Q. 자전거에 대한 질문도 꽤 받을 것 같아요.
A. 저는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마니아는 아니라 일일이 답변해주지는 못해요.


질문 뒤에 성심성의껏 답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매우 간략하게 추려본다면 이런 식의 전개다. 처음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는 질문을 던졌을 누구인지도 모를 인터뷰어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 인터뷰이가 조금 야속하게 느껴졌다. ‘에이! 대답 좀 잘해주지!’ 이리저리 예측을 피해 다니는 질문과 연결된 대답의 꼬리를 나도 모르게 쫒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질문의 의도에 순응하지 않고, 던져진 물음에 자신만의 답을 이어가는 인터뷰이의 자전거 이야기가 차차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제야 되려 질문의 의도를 쫒고 있던 건 나였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질문의 답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으레 예측하고서 인터뷰어가 듣고 싶은 (혹은 들어야만 하는) 답을 골라 대답하는 것이 마치 암묵적인 약속인 양 그간 나도 모르는 사이 동의해 왔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솔직한 말과 태도는 무례하고 되려 적당히 감춘 태도가 성숙한 어른의 기준인 양 말이다. 가만 생각을 이어가 보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채워놓은 갖은 리스트들을 쭉 늘어놓고 보면 그간 얼마나 그 안에 나를 끼워 맞춰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사회가, 관계가 그리고 스스로 정의한 더 나은 어른의 삶을 살려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삶의 모양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자전거의 매력은 뭘까요?”

클리세를 깨트리는 그의 솔직한 대답에 빠져 한 참 읽어 내려가다 빗나가지 않은 한 가지 대답에 마음이 멈춰 섰다. 평소 같으면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라고 여겼을만한, 그래서 흐르는 시선을 구태여 붙잡아 둘리 없는 내용이었다. 자전거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무어라 대답을 했을지 너무 궁금했다. 눈동자가 잰걸음을 옮기듯 분주히 글을 따라갔다. 인터뷰이는 이렇게 말했다. “주로 자주 가는 곳들이 애매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자전거가 딱 좋아요. 자연스럽게 운동량도 늘었고 여유롭게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좋아요” 반가웠다. 이 반가운 마음은 두 가지 이유에서 왔다. 먼저는 ‘나도 그래!’ 하는 비슷한 구석에 대한 공감이었고, 다음은 이게 진짜 자전거의 매력이 맞구나 하는 확인 같은 것이었다. 

사실 자전거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삶에 대해 자주 골몰했다. 어쩐지 내가 모를 자전거의 특별한 매력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아서. 더불어 더 많은 매력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관련 글과 영상, 그림을 자주 떠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특별한 무엇을 발견한 건 아니다. (아니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그런데 세 달간의 긴 여정이 끝나가는, 이제 한 번의 연재를 남겨 둔 이 시점에 읽게 된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골몰했던 조각들을 한데 모을 수 있었다.  자그마하게 완성된 그림은 생각과 달리 그리 특별한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 속, 그러니까 손을 뻗으면 닿는 곳곳에 놓인 작은 행복을 줍는 일과 닮아 있었다. 


문득 친구들과 식사를 하다가 인터뷰가 생각나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너는 자전거를 왜 타? 뜬금없지?" 영상을 만드는 한 친구는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자전거가 있었고, 그 자전거를 타는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해왔다고 했다. 그리고 7년 만에 자전거를 샀고 매우 만족한다고. 자전거 덕분에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거나, 복잡한 동네라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고, 업무차 미팅을 할 때에도 여러모로 요긴하다는 점을 꼽았다. 꽃 일을 하는 친구는 작은 불편함에 너그러워지고 조금 덥거나 추운 날씨라도 그 때라야 느낄 수 있는 공기의 질감, 펼쳐지는 풍광, 볕을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 확실히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라는 말도 덧붙였다. 음악을 만드는 친구는 사실 친구들이 타니까 어쩌다 다시 타기 시작했는데 타기 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대게 이동 수단으로 타는데 같은 길이라도 차로 다니는 것보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운동을 했다는 위안이 된다고 했다. 친구들이 물었다. '그럼 너는?' 그동안 에세이를 통해 이런저런 이유를 공유한 바 있지만 사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자전거의 매력은 '나를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유독 속도에 겁이 많은 나는 자전거가 현재로써 스스로 가장 빨리 달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탈 때면 두려움을 딛고 나아가는 용감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자전거를 타는 내가 좀 멋있어!" 





질문을 주고받는 사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것 마냥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고 이야기를 덧붙이며 공감했다. "맞아! 나도 그래" 자전거에 대한 생각과 타는 방법은 저마다 달라도 안장 위에서 보고 느끼는 순간의 즐거움은 자전거라는 하나의 세계,  가장 완전한 세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없는 세계 하지만 지금의 답과 또 다른 답을 발견하게 되는 세계, 다른 모양으로 각자 다른 길을 달리지만 하나의 풍광을 함께 나란히 바라보게 되는 세계. 숨긴 무엇을 발견하고 가려진 무엇을 자꾸 들춰보게 되는 세계. 어른과 아이 할 것 것이 가장 자유로운 세계.  불현듯 안부를 묻고 싶어 진다. 당신의 자전거의 세계는 어떤가요?라고.






"자전거를 타는 내가 좀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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