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물건, ‘자전거’

lady****
2021-07-17


ESSAY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물건, ‘자전거’  




 PUBLISHED   
 
2021. JUL   
AUTHOR  
강가희(@kaiwriter)




“매일 15km를 자전거로 출근한다고?”

토끼눈을 하고 놀라는 나를 보며, 안드레아스는 ‘별 대수롭지 않은 걸 가지고 웬 호들갑이지?’ 하는 표정으로 소처럼 큰 눈을 껌뻑거렸다.

 

내가 살고 있는 독일의 라이프치히는 작은 도시이지만, 구동독 시절 교통의 요충지였다는 이점과 저렴한 땅값을 기반으로 아마존, BMW, DHL 등 대기업 공장들이 외곽을 중심으로 즐비하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주거지에서 10~20km 떨어진 회사까지 자전거를 이용한다. 오히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드물 정도다. 

매일 그것도 왕복으로 하면 30km인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동차가 더 갑갑하지 않을까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교통 체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도 되고, 경제적으로 절약할 수 있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타야 할 하등의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과 달리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자전거 도로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독일 회사 앞 자전거 주차장의 모습



모든 마트 앞에도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그는 특히 ‘환경’이라는 단어에 힘주어 말했다. 독일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이유 가운데 ‘환경’ 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철저한 분리수거 및 공병 수거 시스템, 빨대 사용 전면 금지, 캡슐보다 원두를 선호하는 커피 시장, 비닐 제로, 에코백 생활화, 수많은 비건족 등 일일이 거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환경에 대한 이 나라의 관심은 지대하다. ‘녹색당’이라는 오롯이 환경을 위한 정치 정당이 있을 정도다. 젊은층의 엄청난 지지를 받아서 날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생활 전반에 걸쳐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전거는 죽기 직전의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의 저자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물건 중 첫 번째로 ‘자전거‘를 꼽았다. 인류가 발명한 교통수단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독일 UPI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를 100이라는 기준으로 잡았을 때 자전거의 에너지소비, 이산화탄소 배출, 일산화탄소 배출,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은 0이다.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자동차는 유독 물질을 배출한다. 대기오염의 70%가 자동차 매연이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 효과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물론 최근들어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매일 자동차를 탄다. 걸어도 될 거리마저 더워서, 추워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네 바퀴에 의지한다. 동시에 미세먼지를 탓한다. 과연 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까? 자문해 보며 부끄러워졌다. 


존 라이언은 다시 한 번 말한다. 

“지구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방식의 삶을 선택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습관이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기 시작하면, 새로운 실천은 쉽사리 제 2의 천성, 즉 습관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인간은 직립 보행 이후 끊임없이 다리의 근력을 안 쓰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도 같다. 빠른 자동차와 비행기는 거리의 간극은 좁혀주었으되, 움직이고자 하는 다리의 본능은 퇴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두 다리는 강렬하게 움직이기를 원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본능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 줄 때다.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큼은 내가 정직해짐을 느낀다. 정확히 페달을 밟은 만큼만 움직이는 이치 앞에서 자연의 섭리를 배운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말끔하게 정비된 도로도, 비포장도로도, 시골의 좁은길도, 교통체증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자동차 사이도 호젓하게 비껴갈 수 있다. 자전거와 몰아일체가 되어 느림의 불편함이 자유로움으로 바뀔 때,  멀게만 느껴졌던 지속 가능한 다른 방식의 삶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물건 중 

첫 번째로 '자전거' 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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