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마주하는 법 : 그 페달은 녹진함을 상쾌함으로 변주했다.

lady****
2021-07-24


ESSAY

뜨거운 여름을 마주하는 법 : 

그 페달은 녹진함을 상쾌함으로 변주했다. 




 PUBLISHED   
 
2021. JUL   
AUTHOR  
강가희(@kaiwriter)




다시 찾아온 여름, 여지없이 머리 위로 강렬한 열기가 내리쬔다. 맨살은 물론이고 옷자락 구석구석 자리한 공기층이 달궈지면서 온몸이 달아오른다. 이런 날씨에 밖을 나선 이에게는 십중팔구 즉각적인 후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늦은 귀가를 재촉하는 것 마냥 발걸음은 빨라지지만 동시에 그래서인지 걸음을 내딛는 순간마다 이마와 등짝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심 한복판에 서 있노라면 머리에서도 현기증이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이런 보행자를 잠시 쉬어가게 하려는 듯 마침 도로에 빨간 불이 켜진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내 곁을 자동차 몇 대가 씽-우회전해서 지나간다. 햇빛을 차단하고자 썬팅을 강하게 한 탓에 운전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 차량의 좁은 창문 틈으로 새어나온 에어컨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은 시원함보다는 차갑고 시리다. 기계가 만들어 낸 인위적인 바람은 이상하게 날카롭다. 약간은 싸늘하고 더러는 외롭다.

 


뒤이어 두 바퀴로 달리는 물체가 다가온다. ‘휭~’ 마찬가지로 내 곁을 스쳐지나 가는 자전거. 이 사물의 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뜨겁다. 안장 위로 늘어진 라이더의 옷은 땀에 젖어 드문드문 등에 달라붙어 있고, 페달을 밟는 두 다리의 움직임은 느낌상 느려 보인다. 다만 후텁지근한 공기를 정면으로 밀어내며 내달리는 라이더의 이마와 머리카락에서 만큼은 땀방울을 찾아볼 수 없다. 해사하다. 입꼬리가 지긋이 올라가 말갛게 웃고 있다. 온몸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그것이 스쳐가며 일으키는 바람은 부드럽고 온유하다.


 

미풍은 적어도 쓸쓸함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자동차 에어컨에 비할 수 없는 청량함을 느꼈던 것도 같고, 가만히 서있는 나의 두 다리를 자극하는, 뜨거운 열정이 솟아나오려는 것도 같았다. 뚜벅뚜벅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기보다, 손 하나 까닥하면 누릴 수 있는 시원함에 취하기보다, 스스로 바람을 빚어보고 싶어졌다.

 


무더운 여름은 어김없이 시작됐고, 좋든 싫든 불같은 열기를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리워낸다. 누군가에게는 외출조차 하기 싫은 기피 그 자체의 나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라이딩의 열정을 뽐낼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기도하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뜨거움에 똑같은 뜨거움으로 맞서기에 자전거만한 것도 없지 않을까.

 

후텁지근한 공기를 자전거 바퀴로 세차게 밟아본다. 체인이 돌아가면서 몸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내 심장은 곧 자전거의 엔진이 된다. 점점 더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터질 듯 한 벅참이 올라온다. 바퀴가 굴러가는 길 위로 나만의 삶의 궤적이 그려진다. 열심히 오른 뒤 내리막길을 달릴 때 기분은 최고조로 올라간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경쾌해진다. ‘러너스하이(runners' high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란 이런 기분일까. 그야말로 이 순간은 카르페 디엠의 실현이자 신의 축복이다. 막힌 데가 하나도 없다. 나를 에워 싼 수많은 답답함들은 돌개바람에 먼지 날리듯 사라진다.

 


자전거는 인간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 바람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다. 그것은 놀라움이자 삶의 또 다른 발견이다. 여름의 뙤약볕은 비 오듯 땀을 자아내지만, 자전거에 오르는 순간 그 녹진함은 상쾌함으로 변주한다. 정확히 내가 만들어 낸 만큼의 산들바람이 내 몸을 향해 불어온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란 것도 비슷한 원리에 의해 굴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들어 낸 만큼의...

딱 그 만큼의...





자전거는 

인간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 

바람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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