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타는 자전거가 '자유'라면, 둘이 타는 자전거는 ‘낭만’이다 : 독일인의 데이트 코스 넘버1

lady****
2021-08-07


ESSAY

혼자 타는 자전거가 '자유'라면,둘이 타는 자전거는 ‘낭만’이다.




 PUBLISHED   
 
2021. AUG   
AUTHOR  
강가희(@kaiwriter)




“그녀가 독일에 오면 뭘 같이하고 싶은데?

 

“당연히 자전거 같이 타기지.”

 

독일에서 우리가 제일 처음 살게 된 집의 임대인, 필립은 독일인이었지만 업무 차 한국과 왕래가 잦았다. 장기간 한국에 있게 되면서 그의 집에 우리가 살게 됐고, 그사이 한국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사랑에는 정말이지 국경도 나이도 아무 제한도 없다.) 그는 6개월 후 예비 신부가 독일에 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로 ‘자전거’를 꼽았는데, 희망사항대로 그녀가 오자마자 자전거를 샀고, 첫 라이딩으로 왕복 40km가 넘는 호수를 다녀왔단다. 후일담을 이야기하는 내내 입꼬리에 행복이 넘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남자처럼 보였다.


 이후 독일에 좀 더 오래 살게 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자전거 타기는 독일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란 것을. 도심 근교에 호수나 강이 즐비한 독일에서는 애인이 생기면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갔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데이트의 정석이라면 정석이었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자전거 타기’라는 것도 의아했지만, ‘당연히’라는 부사는 더 생경했다. 나에게 자전거 데이트란 가끔 한강이나 남이섬 등 유명 관광지에 갔을 때나 타는 일종의 이벤트라는 개념이 강했다. 헌데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자전거’라니. 가히 낭만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나 문학작품에도 자전거는 ‘낭만의 대명사’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유명한 OST 'Rain Drops Keep Fallin On My Head'가 흐르는 가운데 두 남녀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하나의 자전거에 오른 두 사람. 목가적인 초원과 초록 잎사귀, 바람에 휘날리는 캐서린 로스의 하얀 드레스와 입에 머금은 빨간 사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태양보다 더 눈부시다.(물론 현실에서 이런 자전거 묘기를 연출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영화 속 일부 장면은 대역이다.)

 위

(내일을 향해 쏴라 OST 링크 : 위 이미지 클릭)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랑에 자전거라는 사물이 들어가면 한 30%이상 낭만 지수가 올라간다.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6,000kn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간 마하난디아와 샤롯테의 사연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러브 스토리. 


만약 이 인도 남자가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갔다면 이토록 울림을 줄 수 있었을까. 

사랑의 수많은 속성 가운데 애틋함이란 모름지기 거리의 아득함에 있는 것도 같다. 어쩌면 짧고 단순한 만남이 잦아진 것은 속도 과잉의 시대가 만들어 낸 유실물 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단 하루 만에, 단 몇 시간 안에 아스팔트 위에서 만났다면 세월을 넘어 세인에게 감동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의 역동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거리와, 어긋남, 그 아득함에 기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화려하거나 빠르거나 기계적인 것과는 결을 달리한다. 소박하고 담박한, 아날로그적인 그 무엇에 의해서 길어 올려 진다. 낭만의 이미지는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텐데, 가령 낭만의 언어는 음악이어야 한다거나, 낭만의 배경은 가을이어야 한다거나 혹은 낭만은 의상은 트렌치코트이어야 한다던가.. 소설 <그녀의 콧수염>에서는 “동물적인 낭만이란 없다. 낭만은 언제나 식물적이다.”로 낭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낭만적인 탈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자전거’이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 타는 자전거가 ‘자유’라면 둘이서 타는 자전거는 ‘낭만’이다. 1인 자전거가 ‘다붓하다’면 2인 자전거는 ‘다정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혼자일 때 보다 둘일 때 훨씬 근사한 사물이 된다.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와 자전거를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은 이유를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자전거에는 소란소란 이야기가 있고, 스멀스멀 웃음이 묻어나고, 살랑살랑 심장을 간지럽히는 설레임이 있다. 때때로 뭉글뭉글 구름을 올려다보며 마음이 몽글해지는 것은 덤이다. 어디를 가든 사랑하는 이와 나란히 페달을 밟아 나아간다면, 그 길은 곧 낭만이 된다. 사랑이 된다.

 

 


만약 

낭만적인 탈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것은 무조건 

자전거’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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