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작은평화를 남기는 산책

glly
2021-05-27



ESSAY

마음에 작은평화를 남기는 산책



 PUBLISHED   
 
2021. May   
AUTHOR  
정보화(글리)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야 종일 얼마나 분주한 하루를 보냈는지 생각한다. 신발을 벗고 잠시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아서 큰 숨을 몰아쉬어 본다. 나는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작은 평화를 애정한다. 굳이 애정이라는 말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데는 일상적인 사랑의 뉘앙스를 담고 싶은 마음에서다. 미지근하게 오래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모르다가도 마음이 식어버릴 때 온기로 다가오는 사랑을 애정 말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눈을 감고 심장이 제 속도를 찾아 가쁜 숨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집 안의 떠다니는 미세한 백색 가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견디기 힘든 온갖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은신처로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나는 요즘 들어 마음속 작은 평화를 어떻게 하면 깨트리지 않고 오래 지켜 낼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하고 있다. 원한 적 없는 정보, 나와 무관한 가십거리가 둥둥 떠다니는 시대를 살다보니 자각할 새도 없이 관심과 시선을 너무 쉽게 빼앗겨버린 탓일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의미 없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감정과 시간을 소모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너무 많은 접속이 삶을 지배해버린 일상이 이제는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소파에 기대앉아 하루를 돌이켜보니 오늘도 다르지 않다. 파고든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고 기어코 물고를 튼다. 쓸데없는 잡다한 생각에 자꾸 사로 잡혀 다시 머릿속이 얼얼해진다. 겨우 찾은 작은 평화는 늘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파사삭 깨져버린다. 생각의 스위치를 마음대로 켜고 끄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마음의 작은 평화를 애써 되찾으려 하는 이유는 손가락을 다 꼽아도 부족할 만큼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휴식을 통한 회복을 위해서다. 물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쉬거나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의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래의 상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원래의 상태를 제 아무리 되찾은들 건강한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작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명상이었다. 생각을 비워내고 항진된 신경과 호흡을 타일러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이 내 안의 작은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했다. 처음엔 무작정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양 무릎 위에 손등을 올려 두고, 눈을 감은채 호흡에 집중하는 시늉을 했다. 어떨 땐 명상 앱을 이용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겨우 비워 낸 머릿속 어딘가에 자꾸 다른 생각이 꿰차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때부터 들이친 생각과 사투가 시작된다. 하지만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옴팡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는 지경이 되고야 만다. 맘처럼 되지 않자 차근차근 배우는 마음으로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책을 통해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사실 이런 시도가 그리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과정 덕에 명상이 내게 맞는 방법은 아니라는 걸 금방 수긍할 수 있었다. 






나의 작은 평화는 비워내기보다 그 자리에 다른 무언가를 채워 놓을 때 보다 더 쉽게 회복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게는 집중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럴 땐 호흡이 긴 책 보다 평소 좋아하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읽고 매트 위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자극에 집중해 본다. 정신을 뺏겨도 좋을 자극과 흥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마음의 작은 평화가 원래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운동은 필수다. 건강이 무너지면 제아무리 마음의 평화를 외쳐봐야 그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마음이 어수선할 때에는 일단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어슬렁 달려 본다. 볼거리가 없을 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걷는 산책과 달리 빠르게 변하는 눈 앞의 풍경에 금방 정신을 뺏긴다. 페달을 구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사이에도 바닥은 고른 지, 좌우에 차나 사람은 없는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선택하느냐고 지금까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리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깜박 잊게 된다. 

자전거는 때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고, 이따금 실마리를 풀어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잊는 가벼운 산책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동네를 둘러, 골목을 가르며, 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머릿속을 묵직하게 누르던 돌멩이가 있던 자리에 자전거를 타며 누렸던 즐거움과 운동을 했다는 보람, 잠식되지 않고 작은 평화를 사수했다는 뿌듯함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돌멩이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말이다. 이런 날은 유독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볍다. 





"묵직하게 누르던 돌멩이가 있던 자리에 

자전거를 타며 누렸던 즐거움과 운동을 했다는 보람, 

잠식되지 않고 작은 평화를 사수했다는 뿌듯함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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