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위한 '자리' (Mehr Platz fürs Rad)

kai
2021-06-12


ESSAY

자전거를 위한 '자리' (Mehr Platz fürs Rad) 




 PUBLISHED   
 
2021. JUN   
AUTHOR  
강가희(@kaiwriter)




“내 자리 좀 맡아줘.”

학교 혹은 도서관에 늦을 때면 나는 친구들에게 내 자리를 맡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제 자리 좀 봐주세요.”

좀도둑이 많은 독일의 카페에서 화장실에 갈 때면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가방을 좀 봐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내 자리가 없어.”

독일에 살고 있는 이방인에게는 나만의 자리가 부재했다. 이곳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도,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사회적 위치라고 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일 할 때는 내 자리가 있는 것이 싫었다. 머무름 보다는 움직임을 좋아했던 기질 탓에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겠다는 듯 방송국 작가실 내 책상에는 텀블러 하나 가져다 놓지 않았다. 

과연 인간은 반대를 동경하는 종족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에서 무소속에 가깝게 살다보니 한국의 ‘내 자리’가 그리웠고 간절했다. 

 

 '자리'라는 단어 앞에는 늘 ‘나’ 라는 주어가 따라 붙는다. 어쩌면 삶 자체가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간에게 ‘자리’라는 것 특히 일자리와 누울 자리는 중요하다. 나 역시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혹은 만들기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끄럽게도 내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자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 본 적은 없다. 



지난 6월 3일은 ‘세계 자전거의 날’ 이었다. 날짜에 둔감한지라 자전거의 날인지도 모른 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나갔다. 평소 조용하던 거리가 꽤 소란스러웠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 보니 지역 시민 단체에서 ‘자전거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자전거를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Mehr Platz fürs Rad)

 




자전거를 위한 자리가 여전히 부족하며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더 많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캠페인의 메시지였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독일은 '자전거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자리가 충분해보였으나, 그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기후 변화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체 교통수단, 즉 자전거를 위한 정책이 더 활발하게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최측의 주장이다. 

 


지난 100년 사이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가 점령했다. 동시에 인간과 자전거의 자리는 줄어들었다. 물론 자동차가 인류를 편리하게 만들어줬음은 틀림없지만, 공해 및 소음을 유발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탈 것’이라는 자전거의 수식어에 걸맞는 자리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으라’, 자리와 관련한 말은 참 많다. 누군가는 벼슬자리를 얻고자  안달하고,  많은 이들은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고 싶어한다.  나 역시 ‘자리’라는 개념은 ‘소유해야 하는 그 무엇’이었다. 

이런 내게  ‘자전거를 위한 자리’는 편협했던 머릿속에 또 다른 생각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자리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었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동작동사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두 발을 뻗을 수 있는 누울 자리도 얼마든지 스스로 빚어낼 수 있다. 단지 지금껏 행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의미처럼, 자전거를 위한 자리를 조성하는 것은 나를 이롭게 하고 환경도 이롭게 하는, 즉 자리이타의 실천이 아닐까…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어떤 이윤이나 대가 없이 자전거 도로 확장에 한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읽는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인 도시가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노력들로부터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해 본다. 


자전거는 탄생 이후 끊임없이 멈추었다 달리기를 반복하며 나아갔다. 앞으로도 달리는 매 순간 마다 경사와 오르막을 만나고 돌풍에 맞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 자전거의 평원지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탈 것’ 

이라는 자전거의 수식어에 걸맞는 

자리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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