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 자전거 도난율 1위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lady****
2021-06-20


ESSAY

독일 내 자전거 도난율 1위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PUBLISHED   
 
2021. JUN   
AUTHOR  
강가희(@kaiwriter)



“우리도 자전거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많은 독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제일 먼저 구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즐겨 타기는커녕 매우 못타는 축에 속하는 초보자에게마저 이 나라의 분위기는 1인 1자전거를 부추겼다. 새 자전거는 꽤 값이 나갔기에 우선은 벼룩시장을 이용하자는데 남편과 의견을 모았다. 독일은 자전거 수요가 큰 만큼 중고거래 역시 활발했고, 시에서도 정기적으로 자전거 플리마켓을 열었다.

 


난생 처음 간 자전거 플리마켓은 온갖 자전거들의 집합소였다. 오래된 클래식 자전거부터 아가들이 타는 자전거까지 별의별 자전거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설픈 독일어로 흥정도 해가며 저렴한 자전거를 호기롭게 구입했으나, 역시 나란 인간은 발이 땅에 닿아야 마음이 편안한 종족이었다. 좀처럼 자전거 타는게 늘지 않았고 휭휭- 세차게 달리는 라이더들이 약간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국 자전거대신 튼튼한 두 다리와 트램을 선택했고, 그렇게 자전거를 방치한 채 어언 2년 즈음 지났을까. 갑자기(모두에게 그렇듯 정말이지 ‘갑자기’였다.) 코로나라는 재앙이 드리워졌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중교통을 타는 것 마저 겁이 났을 때,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자전거를 떠올렸다.

 

‘그래 자전거가 있었지? 일단 꺼내서 세차를 한 번 하고 1코스로 공원을 달려볼까? 아니면.. 호수에 가볼까?’


돌이켜 보건데 이때 알았어야했다. 이 모든 기대는 한낱 몽상이었음을, 무엇이든 아껴주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것을, 그 빛이 점점 바래버린다는 것을...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무려 100년이 넘은 우리집 지하 창고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이곳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영화로 제작한다면 촬영 장소로 손색이 없을 만큼 낡았고 어두침침함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처음 이사왔을 때 전 세입자는 “웬만하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거예요” 라고 조언했는데, 실제 우리 부부역시 빈 상자와 자전거 보관용도로만 사용했을 뿐 한 번도 창고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열쇠로 그 어두컴컴하고 습한 문을 연 순간 

앗.뿔.싸.


2년여 만에 조우한 자전거는 만신창이 헐거벗음, 그 자체였다. 발기발기 뜯겨나가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을 수 없는 처참한 꼴로 겨우 뼈대만 남은 육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차라리 안 보이게 훔쳐간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안장 커버를 비닐로 바꿔놓았고, 기존 바구니 대신 고철 덩어리를 얹어놓았다. 행여나 도난을 당할까봐 칭칭 감아놓았던 체인 자물쇠 역시 이상한 비닐 쓰레기로 둔갑된 상태. 전조등, 후미등도 야무지게 빼갔다. 

무슨 장기이식도 아니고 필요한 부품만 쏙쏙 해체해서 가져간 범인! 그는 분명 이 건물에 살고 있다. 낡디 낡은 창고지만 열쇠 없이는 들어올 수가 없는 곳이다. 그 사실이 더 슬펐다. 과연 이웃사촌이란 꿈의 단어였던가.., 흉물스러운 고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자전거를 보며 지갑도 마음도 모든 것이 털린 기분이었다. 탈탈탈.

 


독일의 자전거 도난은 악명 높다. 심지어 나는 자전거 도난율 1위의 도시,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연간 주민 10만명 당 1,700 건의 자전거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독일 전국 평균(335건)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2019년 경찰 범죄 통계 수치를 평가 한 포털 Check24의 연구 결과) 자전거 도난율은 라이프치히에 이어서 대학도시로 유명한 뮌스터가 2위, 브레멘이 3위, 베를린이 4위를 차지했다.


경험 상 잃어버린 자전거는 일찌감치 보내주는 게 속 편하다. 이 가운데 겨우 9%만이 경찰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되찾았다는 사실은 이 속설을 증명한다. 하나 더 경악스러운 사건을 보태자면 라이프치히는 자전거 도둑의 수도라는 불명예도 모자라 현직 경찰이 훔친 자전거 1천 여대를 되팔아서 차익을 남긴, 일명 ‘자전거 게이트’로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즉 경찰도 딱히 믿을만한 부류는 아니다.



평균적으로 독일 어딘가에서 90초마다 자전거가 도난당하고 있다. 자전거 도둑은 흔하디흔하다.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없어진 자전거를 애타게 찾고 있거나 혹은 호시탐탐 노리던 자전거를 훔쳤을 것이다. 자전거는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바람의 속도를 느낄 수 있게 해준 특별한 '발명품'이자 마음만 먹으면 빛의 속도로 훔쳐갈 수 있는 도둑들의 '전리품'이다. 나 역시 자전거를 잃어버린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꼬마일 때도 대학생일 때도 몇 번의 분실이 있었고 그때마다  “ET가 소행성으로 가져갔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더랬다.

 

크고 작은 자전거 도둑 사건들을 떠올려보며, 야심차게 마음먹은 도둑앞에서 속절없이 당한다 해도, 평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자책도 했다. 특히 이번 일은 2년간 신경도 안 쓴 내 잘못도 있다. 어디 관심 소홀로 잃어버린 게 자전거뿐일까. 추억이 깃든 장소나 물건, 심지어 사람까지도 늘 거기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으로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치 수용소에 살아남아 훗날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의 말을 되새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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